서울로7017 도보 여행
이으니 살더라, 걸으니 좋더라
서울역 고가도로는 도시개발의 상징적인 길이었다. 효용이 다한 서울역 고가도로를 사람이 걷는 길로 변화시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은 서울로7017은 도시재생을 대표하는 길이 되었다. 여유 있게 걸으면서 서울역 일대의 문화와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서울로7017'로 도보 여행을 떠나보자.
5월 20일 개장 4주년을 맞은 서울로7017
섬처럼 떨어져 있던 서울역 일대 여섯 개 지역을 17개 사람길로 연결했다.
올해로 개장 4주년을 맞은 서울로7017. 식물들은 이제 울창하게 자라 제법 넓은 그늘을 드리우기 시작했고, 자동차가 달리던 길을 사람이 걸어 다니자 주변 지역에 전에 없던 활기가 돌고 있다. 보행 활성화 전문가로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도시재생사회적협동조합 신행우 실장에게 서울로7017 주변의 걷기 좋은 곳 안내를 부탁했다. 그는 서울로7017 개장 후 지난 4년간 활성화된 주변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산책길로 '성요셉 문화 거리–중림로–서울로7017–회현동 남산 옛길–백범 광장' 코스를 추천했다.
중림동, 성요셉 문화의 거리
주민과 전문가들의 참여로 걷고싶은 골목길로 변화를 맞고 있다.
서울로7017이 연결하는 크고 작은 길들은 구체적인 삶의 흔적을 발견하고 체험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서울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 신행우 실장
로컬카페 커피방앗간이 유명한 성요셉 문화거리에 편집숍 카인더앤젠틀러, 커뮤니티 책방 149쪽 등 새로운 가게들이 속속 오픈되고 있다.
# 성요셉 문화 거리
“성요셉 아파트를 중심으로 중림로로 이어지는 좁은 언덕길이다. 오래된 골목이 많은 중림동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1971년 완공된 성요셉 아파트는 1층은 상가 건물, 상층부는 주거지인 주상복합 건물로, 당시 지어진 아파트의 전형적인 형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곳은 2020년 서울로 2단계 연결 길로 선정되어 보행로 개선사업 대상지가 되었는데, 주민과 상인들이 워크숍과 회의에 참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1층 상가 지역을 정비하고 창고 건물을 허물어 복합문화공간인 중림창고 등을 새로 지어 지저분해진 길을 새로 포장하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건의로 작가와 함께 길에 그림을 그렸더니 적은 예산을 사용하고도 한결 보기 좋아졌다. 주민과 상인이 도시재생 사업에 적극 참여해 보행 환경이 개선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길이다. 주변엔 서울의 초창기 성당 중 하나인 약현성당이 있어 성요셉 문화 거리는 주민들의 주요 산책로이기도 하다.”
서울로7017과 연결되고, 걷기 좋아진 길 덕분에 찾는 이들이 많아진 중림로. 핫한 카페와 맛집들로 일명 중리단길이라 불린다.
중림동-서울로7017-회현동 남산옛길-백범광장 코스는 도보로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 중림로
“서울로7017 개장 이전부터 서울역 일대 보행 활성화 사업 1호 대상지였다. 서울로7017과 직접 연결되며 2호선과 5호선이 함께 있는 충정로역으로 이어지는 이중역세권으로, 상가가 밀집해 지역 상권과 직접 연결되는 서울역 서쪽 생활권의 축이기도 하다. 보행 여건을 향상시키면 지역이 활성화될 것이 분명했지만 자동차 길을 좁히는 데 대한 상인과 주민의 저항이 상당했다. ‘지금도 차가 막히는데 길을 좁히면 더 막힐 것 아니냐’ 하는 목소리가 커서 이를 조정하느라 서울로7017 개장과 함께 끝내려던 공사가 2년 넘게 걸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인도가 넓어지고 사람이 늘어난 만큼 상권도 활성화되었다. 주민들도 예전에 버스 타고 복잡하게 가던 남대문 시장을 마실 다녀오듯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으니 만족도가 높다. 상가 쪽 인도에는 가로수가 가운데에 있다. 보행로를 넓히기 전의 흔적이다. 공사비 상승을 걱정하던 주민들의 반대로 그대로 두었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가로수를 중심으로 지나는 사람들이 우측통행을 하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서울로7017 일대 보행 환경 개선의 가장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시민들은 물론, 정책 입안자들이 이곳을 직접 걸으며 변화를 체감하기를 바란다.”
옛 서울역사 옥상으로 공중보행로가 연결되면서, 서울로7017에서 서울역 대합실까지 걸어서 이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지역을 연결하고, 건물과 연결된 서울로7017은 더없이 좋은 도보여행 코스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무들이 풍성해져 그늘이 많아졌다.
서울로7017에서 내려다 본 만리동 입구
# 서울로7017
“철로와 차도로 단절된 서울역 동쪽과 서쪽의 소통을 이끈 길. 식물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초기엔 화분들 때문에 걷기에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걷기에 적당한 길은 넓기만 한 길이 아니다. 길의 형태와 풍경에 변화가 있어야 걷기 좋은 리듬이 생긴다. 오랜만에 이곳을 다시 찾은 사람들은 울창해진 식물에 놀라곤 한다. 예전엔 뜨거운 햇볕 때문에 걷기 고달프기도 했지만 이제는 제법 그늘이 생겼다.
차량 중심이던 산업화시대 도시의 구조가 점차 사람을 중심으로 변화한다는, 또는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상징하는 길이다. 앞으로는 주변 건물과의 연결을 늘리고, 계단이 아닌 경사로를 늘려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서울역의 동쪽과 서쪽뿐 아니라 광화문에서 한강까지 남북을 잇는 축으로 기능하면 좋겠다. 오래된 고가도로를 재생한 공간이 보행자의 몫으로 돌아갔다는 의미를 다시 한번 느끼며 걸어보면 어떨까?”
복합문화공간 피크닉
주민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카페, 계단집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 회현 시민아파트
# 회현동 남산 옛길
“이 지역은 보행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서울시 전체를 통틀어도 중요한 곳이다. 지방에서 남산을 넘어 사대문 안으로 진입하는 주요 통로가 되었던 길이다. 주변 지역들은 모두 개발되었지만 남산 경관과 고도 제한 때문에 옛길의 흔적이 남아 있다. 고유한 정취가 있지만 경사가 크고 북향이라 보행 환경은 그리 좋지 않은 길이다. 보행로와 차도가 따로 분리되지 않았고, 불법 주차된 차도 많았다. 옛길이라는 경관적 조건을 유지하되 보행자 안전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보행 환경 개선작업이 이뤄졌다. 아스팔트를 블록으로 바꾸고,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을 없애고 주차단속 카메라를 설치해 불법 주차된 자동차를 없앴다. 주민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걷기가 좋아지니 카페와 레스토랑 등 쉴 수 있는 상점이 많이 들어섰고, 길의 패턴도 다양해졌다. 서울로7017 개장 초기에는 만리동 광장 일대의 변화가 주목받았지만, 보행 환경이라는 측면에서는 회현동 남산 옛길의 변화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한옥을 비롯해 20세기 초반 지어진 근대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어 건축적으로도 흥미로운 곳이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시민 아파트인 회현 시민 아파트와 일신교회가 대표적인 장소이고, 최근엔 문화공간인 ‘피크닉’이 유명하다. 이 밖에도 주민공동이용시설인 ‘계단집’과 ‘벽돌집’처럼 오래된 건물을 허물지 않고 개보수해 다양한 형태로 사용하는 곳들이 많다.”
남산공원 백범광장과 한양도성
# 백범 광장
“서울로7017에서 남산을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코스다. 남산 옛길을 따라 남산으로 진입할 수 있는 통로 같은 곳이다. 이곳에선 서울 성곽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푸른 잔디밭이 넓게 펼쳐져 산책으로 지친 다리를 잠시 쉬어 가기 좋다. 회현동에 주민들이 대규모로 모일 수 있는 시설이 마땅치 않아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이벤트를 할 때 애용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는 신사가 있던 곳으로, 백범 김구 선생과 초대 부통령인 이시영 박사의 동상이 있고, 옛 어린이회관 건물이던 서울시교육정보원 맞은편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자리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유명 관광지를 찾는 것보다는 자신과 다른 환경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장을 관찰하고 경험하는,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여행이 트렌드라고 한다. 서울로7017이 연결하는 크고 작은 길들은 구체적인 삶의 흔적을 발견하고 체험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지역이 지닌 맥락을 존중하고 보존하며 주거와 보행 환경을 개선하는 서울시 도시재생의 성과를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할 수 있는 곳들이기도 하다. 보행 활성화 전문가 신행우 실장의 안내로 떠나는 서울로7017 여행을 위해 필요한 것은 햇볕을 막아줄 챙 있는 모자와 걷기 편한 신발, 그리고 가벼운 마음뿐이다.
글_정규영(빈빈)
사진_류주엽(일오스튜디오), 김대진
기사 원문 : 링크
서울로7017 도보 여행
이으니 살더라, 걸으니 좋더라
서울역 고가도로는 도시개발의 상징적인 길이었다. 효용이 다한 서울역 고가도로를 사람이 걷는 길로 변화시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은 서울로7017은 도시재생을 대표하는 길이 되었다. 여유 있게 걸으면서 서울역 일대의 문화와 역사를 느낄 수 있는 '서울로7017'로 도보 여행을 떠나보자.
5월 20일 개장 4주년을 맞은 서울로7017
섬처럼 떨어져 있던 서울역 일대 여섯 개 지역을 17개 사람길로 연결했다.
올해로 개장 4주년을 맞은 서울로7017. 식물들은 이제 울창하게 자라 제법 넓은 그늘을 드리우기 시작했고, 자동차가 달리던 길을 사람이 걸어 다니자 주변 지역에 전에 없던 활기가 돌고 있다. 보행 활성화 전문가로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서울도시재생사회적협동조합 신행우 실장에게 서울로7017 주변의 걷기 좋은 곳 안내를 부탁했다. 그는 서울로7017 개장 후 지난 4년간 활성화된 주변의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산책길로 '성요셉 문화 거리–중림로–서울로7017–회현동 남산 옛길–백범 광장' 코스를 추천했다.
중림동, 성요셉 문화의 거리
주민과 전문가들의 참여로 걷고싶은 골목길로 변화를 맞고 있다.
서울로7017이 연결하는 크고 작은 길들은 구체적인 삶의 흔적을 발견하고 체험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서울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 신행우 실장
로컬카페 커피방앗간이 유명한 성요셉 문화거리에 편집숍 카인더앤젠틀러, 커뮤니티 책방 149쪽 등 새로운 가게들이 속속 오픈되고 있다.
# 성요셉 문화 거리
“성요셉 아파트를 중심으로 중림로로 이어지는 좁은 언덕길이다. 오래된 골목이 많은 중림동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1971년 완공된 성요셉 아파트는 1층은 상가 건물, 상층부는 주거지인 주상복합 건물로, 당시 지어진 아파트의 전형적인 형태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이곳은 2020년 서울로 2단계 연결 길로 선정되어 보행로 개선사업 대상지가 되었는데, 주민과 상인들이 워크숍과 회의에 참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1층 상가 지역을 정비하고 창고 건물을 허물어 복합문화공간인 중림창고 등을 새로 지어 지저분해진 길을 새로 포장하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주민들의 건의로 작가와 함께 길에 그림을 그렸더니 적은 예산을 사용하고도 한결 보기 좋아졌다. 주민과 상인이 도시재생 사업에 적극 참여해 보행 환경이 개선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길이다. 주변엔 서울의 초창기 성당 중 하나인 약현성당이 있어 성요셉 문화 거리는 주민들의 주요 산책로이기도 하다.”
서울로7017과 연결되고, 걷기 좋아진 길 덕분에 찾는 이들이 많아진 중림로. 핫한 카페와 맛집들로 일명 중리단길이라 불린다.
중림동-서울로7017-회현동 남산옛길-백범광장 코스는 도보로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 중림로
“서울로7017 개장 이전부터 서울역 일대 보행 활성화 사업 1호 대상지였다. 서울로7017과 직접 연결되며 2호선과 5호선이 함께 있는 충정로역으로 이어지는 이중역세권으로, 상가가 밀집해 지역 상권과 직접 연결되는 서울역 서쪽 생활권의 축이기도 하다. 보행 여건을 향상시키면 지역이 활성화될 것이 분명했지만 자동차 길을 좁히는 데 대한 상인과 주민의 저항이 상당했다. ‘지금도 차가 막히는데 길을 좁히면 더 막힐 것 아니냐’ 하는 목소리가 커서 이를 조정하느라 서울로7017 개장과 함께 끝내려던 공사가 2년 넘게 걸렸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이야기가 쏙 들어갔다. 인도가 넓어지고 사람이 늘어난 만큼 상권도 활성화되었다. 주민들도 예전에 버스 타고 복잡하게 가던 남대문 시장을 마실 다녀오듯 걸어서 10분이면 갈 수 있으니 만족도가 높다. 상가 쪽 인도에는 가로수가 가운데에 있다. 보행로를 넓히기 전의 흔적이다. 공사비 상승을 걱정하던 주민들의 반대로 그대로 두었는데, 지금은 자연스럽게 가로수를 중심으로 지나는 사람들이 우측통행을 하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 서울로7017 일대 보행 환경 개선의 가장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시민들은 물론, 정책 입안자들이 이곳을 직접 걸으며 변화를 체감하기를 바란다.”
옛 서울역사 옥상으로 공중보행로가 연결되면서, 서울로7017에서 서울역 대합실까지 걸어서 이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지역을 연결하고, 건물과 연결된 서울로7017은 더없이 좋은 도보여행 코스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무들이 풍성해져 그늘이 많아졌다.
서울로7017에서 내려다 본 만리동 입구
# 서울로7017
“철로와 차도로 단절된 서울역 동쪽과 서쪽의 소통을 이끈 길. 식물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초기엔 화분들 때문에 걷기에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걷기에 적당한 길은 넓기만 한 길이 아니다. 길의 형태와 풍경에 변화가 있어야 걷기 좋은 리듬이 생긴다. 오랜만에 이곳을 다시 찾은 사람들은 울창해진 식물에 놀라곤 한다. 예전엔 뜨거운 햇볕 때문에 걷기 고달프기도 했지만 이제는 제법 그늘이 생겼다.
차량 중심이던 산업화시대 도시의 구조가 점차 사람을 중심으로 변화한다는, 또는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상징하는 길이다. 앞으로는 주변 건물과의 연결을 늘리고, 계단이 아닌 경사로를 늘려 접근성을 높일 계획이다. 서울역의 동쪽과 서쪽뿐 아니라 광화문에서 한강까지 남북을 잇는 축으로 기능하면 좋겠다. 오래된 고가도로를 재생한 공간이 보행자의 몫으로 돌아갔다는 의미를 다시 한번 느끼며 걸어보면 어떨까?”
복합문화공간 피크닉
주민 바리스타가 운영하는 커뮤니티 카페, 계단집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 회현 시민아파트
# 회현동 남산 옛길
“이 지역은 보행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서울시 전체를 통틀어도 중요한 곳이다. 지방에서 남산을 넘어 사대문 안으로 진입하는 주요 통로가 되었던 길이다. 주변 지역들은 모두 개발되었지만 남산 경관과 고도 제한 때문에 옛길의 흔적이 남아 있다. 고유한 정취가 있지만 경사가 크고 북향이라 보행 환경은 그리 좋지 않은 길이다. 보행로와 차도가 따로 분리되지 않았고, 불법 주차된 차도 많았다. 옛길이라는 경관적 조건을 유지하되 보행자 안전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보행 환경 개선작업이 이뤄졌다. 아스팔트를 블록으로 바꾸고, 거주자 우선 주차구역을 없애고 주차단속 카메라를 설치해 불법 주차된 자동차를 없앴다. 주민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걷기가 좋아지니 카페와 레스토랑 등 쉴 수 있는 상점이 많이 들어섰고, 길의 패턴도 다양해졌다. 서울로7017 개장 초기에는 만리동 광장 일대의 변화가 주목받았지만, 보행 환경이라는 측면에서는 회현동 남산 옛길의 변화가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한옥을 비롯해 20세기 초반 지어진 근대 건축물이 많이 남아 있어 건축적으로도 흥미로운 곳이다.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시민 아파트인 회현 시민 아파트와 일신교회가 대표적인 장소이고, 최근엔 문화공간인 ‘피크닉’이 유명하다. 이 밖에도 주민공동이용시설인 ‘계단집’과 ‘벽돌집’처럼 오래된 건물을 허물지 않고 개보수해 다양한 형태로 사용하는 곳들이 많다.”
남산공원 백범광장과 한양도성
# 백범 광장
“서울로7017에서 남산을 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코스다. 남산 옛길을 따라 남산으로 진입할 수 있는 통로 같은 곳이다. 이곳에선 서울 성곽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푸른 잔디밭이 넓게 펼쳐져 산책으로 지친 다리를 잠시 쉬어 가기 좋다. 회현동에 주민들이 대규모로 모일 수 있는 시설이 마땅치 않아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이벤트를 할 때 애용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에는 신사가 있던 곳으로, 백범 김구 선생과 초대 부통령인 이시영 박사의 동상이 있고, 옛 어린이회관 건물이던 서울시교육정보원 맞은편에 안중근 의사 기념관이 자리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인증샷’을 남기기 위해 유명 관광지를 찾는 것보다는 자신과 다른 환경에서 사람들이 살아가는 현장을 관찰하고 경험하는, 생활 속으로 파고드는 여행이 트렌드라고 한다. 서울로7017이 연결하는 크고 작은 길들은 구체적인 삶의 흔적을 발견하고 체험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다. 지역이 지닌 맥락을 존중하고 보존하며 주거와 보행 환경을 개선하는 서울시 도시재생의 성과를 가장 가까이에서 체감할 수 있는 곳들이기도 하다. 보행 활성화 전문가 신행우 실장의 안내로 떠나는 서울로7017 여행을 위해 필요한 것은 햇볕을 막아줄 챙 있는 모자와 걷기 편한 신발, 그리고 가벼운 마음뿐이다.
글_정규영(빈빈)
사진_류주엽(일오스튜디오), 김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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