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2021.05.20] 월간 도시재생 : (인터뷰) 보행 활성화 전문가 신행우_ "서울로7017, 도시를 연결하고 기억을 재생하다"

2021-06-10

촬영장소  중림창고 뉴-로컬 책방 '여기서울 149쪽' 


Interview_보행 활성화 전문가 신행우
'서울로7017, 도시를 연결하고 기억을 재생하다'


서울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 신행우 실장은 ‘보행 활성화 전문가’로 서울로7017과 주변 지역의 보행 환경 개선에 힘써왔다. 계획 단계부터 지금까지 서울로7017과 함께해온 그에게 개장 4주년을 맞는 서울로7017에 대해 물었다.




Q. ‘보행 활성화 전문가’라는 직함이 독특하다

도시재생 사업에 합류하며 갖게 된 직함이다. 학부에서는 건축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는 도시설계와 공간 네트워크를 연구했다. 대학 연구소에서 도시공간을 분석하는 일을 하다 2016년 4월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 활성화사업에 합류하게 되었다. 내가 이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다 서울로7017을 중심으로 한 보행 네트워크 활성화가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결론에 도달하여 '보행 활성화 전문가'라는 직함을 만들고 활동하게 됐다.


Q. 합류가 서울로7017 개장을 1년 정도 앞둔 시점이었다. 공사가 한창이었을 텐데

연구원 시절에도 계획 단계에 있던 서울로7017 사업에 참여했다. 2014년으로 기억한다. 전임 시장이 안전에 문제가 있던 서울역 고가를 보행자를 위한 공간으로 바꾸자는 계획을 발표하고,  나는 고가도로가 보행로로 바뀔 때의 정량적 효과를 분석하는 일을 맡게 됐다. 그때는 이곳 현장에서 일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고, 도시재생 사업도 본격화되기 전이었다. 그때 처음 이곳에 왔다.


“ 서울로 7017 개장 후, 서울역 일대는 변화를 맞았다.
보행로를 개선하는 물리적 환경의 변화는 주민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나아가 걷기 좋은 도시로 거듭나 지역 활성화로 이어지고 있다.”


서울로7017에서 내려다 본 옛 서울역사. 서울역의 동서를 보행로를 통해 연결하는 것이 서울로7017의 목표였다.



작년 초 완공된 메트로타워와의 연결로. 최근엔 주변 신축 건물들이 서울로7017과의 연결을 적극 요청하고 있다.



Q. 지금 모습과는 굉장히 많이 달랐을 것 같다

서울역 서쪽 지역의 환경이 동쪽 지역에 비해 너무 열악했다. 서울로7017에는 자동차가 다니던 길을 보행자에게 돌려준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지만, 기능적으로는 서울역의 동서를 연결해 낙후되어 있던 서쪽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지역 재생의 중추적인 역할을 기대했다. 그때만 해도 만리동과 중림동, 서계동, 청파동 등 서울역 서쪽은 서울 시민도 잘 모르는 동네였다. 서울역과 철로로 가로막혀 접근성이 좋지 않았으니까. 특히 차량 기지와 정비소, 청소차 차고지 등이 있던 만리동은 어둡고 노숙자도 많아서 지역주민들도 오기를 꺼리던 곳이었다.


Q. 그랬던 만리동이 서울로7017 개장 후 근사한 카페와 레스토랑이 속속 들어서며 걷기 좋은 동네가 되었다. 계획 단계부터 참여한 서울로7017이 올해 5월 25일 개장 4주년을 맞는데, 감회가 궁금하다.

개장 초기엔 아쉬운 점도 많았다. 그늘도 없었고, 회색 시멘트가 눈에 너무 많이 띄었다. 자동차 도로를 그대로 쓴다는 건축가의 의도는 존중하지만, 조금 더 자연적인 모습이라면 더 좋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듬해부터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뭇가지에 힘이 생겼달까? 바람에 가지가 흔들리는 모습에서 뭔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작년부터는 자신감이 생겼다. 우선 나무가 풍성해졌다. 서울로7017이 1km 남짓한 길이지만 한여름에는 걷기 힘들 정도로 볕이 뜨거운데, 그늘이 정말 많이 늘었다. 한동안 개인 SNS 계정에 ‘서울로 그늘 맛집’이라는 제목으로 그늘 좋은 곳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기도 했다.



지난 10월, 서울로7017에서 옛 서울역사 옥상으로 공중보행로가 연결되면서 서울역 대합실까지 걸어서 이동이 가능하게 되었다.
 


신행우 실장이 서울로7017 개장 이후 가장 많이 변화한 곳으로 꼽는 만리동 광장.  인터뷰하는 날 정원 박람회가 열리고 있었다.



Q. 초반엔 녹지가 아니라 식물을 화분에 담는 형식이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서울역 일대 동서 지역의 단절을 극복하고 소통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연결 방법을 고민하다 ‘식물원’이라는 개념을 빌려온 것이다. 자연을 매개로 공간을 연결하고, 우리나라의 자생 식물을 한데 모아보자는 아이디어였다. 그래서 회현동 쪽 입구부터 가나다 순으로 식물을 배열했다. 남쪽에 사는 식물 중에는 서울에서 겨울을 못 나는 경우도 있다. 그런 식물은 다른 곳으로 옮겨주고 봄에 새로 심는 등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Q. 서울역의 동서를 연결하는 도시재생적 측면에서 서울로7017이 개장된 후 어떤 변화가 있었나?
지역 주민들의 생각이 정말 많이 변했다. 개장 전에는 활성화를 유도하려 했던 서울역 서쪽 지역 주민들이 오히려 더 크게 반대했다. 주변 보행로를 정비한다고 차도를 줄인다고 하니 ‘안 그래도 차 막히는데 더 막힐 것 아니냐’, ‘차가 안 오면 사람도 안 올 거다’라며 반대했다. 주민들 만나서 끊임없이 설득하고 이해시키려 노력했다. 그때 ‘보행 활성화 전문가’라는 직함이 도움이 되었다. ‘제가 전문가라 아는데, 사람 많아지고 장사 잘 될 거예요.’ 이런 식으로(웃음).


Q. 실제로도 장사가 잘 됐나?

2019년 서울시가 서울로7017 개장으로 인한 주변 지역 변화를 연구한 결과가 있다. 주변 상권의 신용카드 매출 데이터를 구해 봤더니 평균적으로 30% 정도 증가했다. 보행자 숫자도 비슷한 정도로 늘었다. 새로운 가게들이 하나둘 늘어나는 것만 봐도 활성화되고 있다는 걸 실감할 수 있다. 서울로7017 자체보다 주변의 중림로와 회현동, 만리동 일대를 걸을 때 더 뿌듯하다. 예전에 비해 걷기가 정말 좋아졌으니까.



서울로7017과 이어지는 중림로 일대.  차도를 좁히고 인도를 넓혀 (가로수가 인도 가운데 위치한 이유)보행 환경을 개선하자 주변 상권이 살아났다.


Q. 서울로7017을 걸으며 들었던 시민들의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었나?

연령 별로 반응이 조금씩 다른데, 70대 할아버지들의 이야기가 특히 인상 깊었다. 도시를 내려다보면서 저마다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이야기를 하신다(웃음). 도시를 조망하면서 잊혔던 옛 기억을 끄집어내서 말씀하시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도시재생 사업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계속 자동차가 다녔다면 이런 이야기는 사라져 버렸을 테니까.


Q. 도시의 기억을 젊은 세대와 공유하는 작업도 필요할 것 같다

그래서 서울도시재생 사회적협동조합에서 ‘도심 여행 스케치’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서울역 일대를 다니며 그림도 그리지만, 지역에 오래 살고 계시는 분이 안내하고 해설하는 데 반응이 무척 좋다. 코로나19 때문에 한 프로그램에 네 명 밖에 참석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앞으로 서울로7017 일대 여행 프로그램을 확대할 계획이다.


Q. 아직 이곳을 찾지 않은 시민들에게 개장 4주년을 맞은 서울로7017의 매력을 소개한다면?
서울로7017을 걸으면 길을 따라 도시의 풍경이 달라진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곳은  서울역 옛청사가 보이는 곳이다.  다양한 시대의 층이 공존하는 도시풍경이 경이롭기까지 하다. 서울로7017에서 연결된 운치있는 골목길도 빼놓을 수 없다. 남산과 연결되는 회현동의 남산옛길, 역사적 자산이 풍부한 중림동, 주민들의 활기로 가득한 서계동 골목 등 주변지역이 지닌 매력이 무궁무진하다. 도시여행자들에게 서울역7017은 서울역 일대가 품고 있는 역사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서울로7017이 서울역의 동서를 연결하는 데서 더 나아가 서울의 남과 북을 보행로로 연결하는 핵심 축이 되기를 바란다.”


Q. 서울로7017은 지금 어떤 단계라고 생각하나?
그동안 건축가 비니마스를 존중해 설계 의도를 지키고자 했다면, 이제는 변화를 준비해야 한다. 서울로7017을 걸으며 문득 이 길의 나무뿌리가 시멘트 화분을 깨고 나오면 어떻게 될까 상상하곤 한다. 식물들이 자라서 화분이 감당하지 못할 정도가 되면 어린 나무를 옮겨 심기보다는 그 모습 그대로 좀 더 자연스럽게 살아갈 수 있는 변화를 유도해야 하지 않을까? 조명도 파란색 말고 다른 색을 입힐 수 있지 않을까?  등등. 주변 지역과의 연결도 조금 더 적극적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


Q. 앞으로 서울로7017은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을까?

서울로7017이 서울역의 동서를 연결하는 데서 더 나아가 서울의 남과 북을 보행로로 연결하는 핵심 축이 되기를 바란다. 광화문과 서울로7017을 직접 연결하는 보행 네트워크를 계획하는 중이다. 활동가들 사이에선 서울로7017을 ‘서울 보행 도시 0번지’라고 부른다. 뜻깊은 명명이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선언만 있을 뿐 실질적으로는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갈 길이 멀지만 서울이 보행자 중심 도시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행정의 적극적 도움과 시민의 참여가 필요하다.


글_정규영(빈빈)
사진_류주엽(일오스튜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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